인간의 입맛은 참 오묘하다. 멀쩡한 생선을 고약한 냄새가 날 정도로 삭혀서 먹는 우리의 입맛을 오묘하다는 것 이외의 다른 말로 표현할까? 홍어 이야기다.
암모니아 가스에 입천장이 까질 정도로 삭힌 홍어를 삶은 돼지고기와 함께 막걸리에 곁들여 먹는 것을 홍탁이라고 부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즐겨 드신다는 그 홍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식가들이나 맛을 보는 음식이었다. 냄새가 고약해서 이기도 하지만, 잡히는 양이 너무 적은 탓에 한 마리에 100만원을 넘을 정도로 값이 비쌌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즈음은 중급 정도의 한정식 메뉴에는 대개 적당히 삭힌 홍어가 따라 나온다. 워낙 비쌌던 탓에 예전 같으면 어림도 없던 일이다. 그뿐 아니다. 마트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으며, 길거리를 지나다보면 홍탁을 판다고 써붙인 식당들이 부쩍 많이 눈에 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칠레와의 FTA가 큰 역할을 했다. 칠레에서는 홍어가 싼 생선이라고 한다. FTA로 교역의 빗장이 풀리자 당연히 칠레 어민들은 자국산 홍어를 한국에 수출해서 돈벌이를 시작했다. 그건 한국의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옛날식으로 따지자면 홍어는 그야말로 임금님 수랏상에나 올릴 정도로 귀한 음식이었다. 그러던 것이 칠레산 홍어의 대량 유입으로 홍탁은 대중적인 음식이 되어 가고 있다. 칠레산 냉동 홍어는 한 마리에 10만원이면 어디서나 살 수 있게 되었고, 국산 홍어 역시 값이 떨어져서 상품(上品)이 60만원 정도까지 내려왔다. 한ㆍ칠레 FTA가 누구나 홍탁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준 것이다.
칠레산 홍어 때문에 소비자만 즐거운 것이 아니다. 홍어의 소비가 늘어난 만큼 일자리도 많이 생겼다. 길거리에 새로 생겨난 홍탁 식당들은 대부분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늘어난 홍어 거래와 유통을 맡기 위해서도 새로운 일자리들이 생겼을 것이다. 물론 홍어 한 마리에 100만원 하던 때에 비해 홍어 어민들의 수입은 줄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값싼 칠레산 홍어 수입이 그것을 보충하고도 남을만한 이익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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